雜's러운
Denial - "No Holes, No Holocaust" 본문
Denial, 2016 - "No Holes, No Holocaust"
: 이래서 코스웍이 필요한가 보다. '위안부' '역사왜곡'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여전히 스마트폰으로 보는 영화가 잦은 가운데, 얼마전 - 거의 한달전 쯤(2017.3월 하순 경) - 디나이얼(Denial, 2016)을 봤다.
우리나라에선 "나는 부정한다"라는 제목으로 개봉하였다.
이 영화에 대해 대충 들은게 있어서, 홀로코스트에 대한 논쟁으로만 알고 영화를 봤다. 그래서 번역된 영화제목은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인가라는 "편견" 속에서 보기 시작했다가, 영화를 도중에 만방으로 깨지게 되었다.
이 영화는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으로, 과거사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영화다. 일반적으로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라는 말이 있는데, 역사연구자 역시 자국사에 대해서 이 원칙을 견지해야 함은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근현대 과거사 - 특히 한일관계 -에 대해서, 역사를 공부하던 아니던 간에 누구라도 "가슴은 뜨겁게, 머리도 뜨겁게"라는 현실이 지배적이었음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뜨거운 감정을 스스로 부정하면서, 차갑고 냉정하게 논리적인 이성으로서 과거사를 봐야 한다는 것이 이 영화를 보고난 총평이다. 그래서 "나는 나를 부정한다"라는 제목으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유태계 미국인 역사학자 데보라 립스타트(레이첼 와이즈 分)이고,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유사역사가 데이빗 어빙(티모시 스폴 分)과의 법정 다툼을 벌인다. 그 과정에서 데보라를 변호하는 냉철한 변호사 리처드 램튼(톰 윌킨슨 分)와 앤서니 줄리어스(앤드류 스콧 分, 셜록에서 모리아티)의 도움을 받는다. 그리고 "블라블라블라"해서....
결국은 유사역사가 데이빗 어빙의 논리를 무너뜨리고, 데보라 립스타트의 법정 승리로 마무리 된다는 이야기 이다.
잠시 주연 배우를 소개하자면,
레이첼 와이즈는 위 포스터의 그녀인데, 미이라와 콘스탄틴에서의 얇은 눈썹으로 인상깊은 외모를 뽐낸 여배우다.대충 각설하고, 티모시 스폴이 재미있는 배우이다. 다른 영화에서는 잘 기억이 나질 않으나, 해리포터에서 피터 페티그루, 그러니깐 론의 애완쥐 역 즉 애니마구스로 나왔던 배우다. 그래도 그 시리즈에서 제법 나왔다.
변호사 중 한명인 앤서니 줄리어스 역에는 앤드류 스콧이 열연했다. 영드 셜록에서 모리아티로 나와 끝까지 우리의 멋짐을 연기하는 배우(베네딕트 컴버베치)를 괴롭히는 역할 이었는데, 여기서는 냉정한 변호사로 무표정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데이빗 어빙(David Irving)과 그를 연기한 티모시 스폴(Timothy Spall)
데이빗 어빙은 자신이 믿는 신념을 Real History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알리고 있다.
그런데, 이 영화에 대해서 몇자 끄적여 보는 이유는, 여기에서 되새겨야만 할 몇가지 내용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우선 데이빗 어빙이라는 인물부터 보자. 그는 나찌의 유산에 동조하는 사람으로서, 히틀러는 유태인을 죽이라고 한 적이 없다고 확신하고 있고, 그러한 신념을 널리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영화 중, 법정에서 아우슈비츠에 대한 논쟁을 할 때, 어빙은 아우슈비츠 항공사진에 보이는 '가스실의 굴뚝(Holes)'을 '굴뚝'으로 볼 수 없다면서, 가스실이 없고 이어서 유태인 대량학살도 없다고 논리 비약을 서슴치 않는다. 그래서 "굴뚝이 없다면, 홀로코스트도 없다(No Holes, Ho Holocaust!)"라며 유태인학살은 없었다고 한다.
이 장면을 보면서는 전후 일본의 지속적인 입장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특히 히틀러는 '유태인을 죽이라고 한 적이 없다'는 말은 엠페로(Emperor, 2012)에서 일본 천황이 전쟁을 직접 일으키지 않았고 오히려 전쟁을 끝내려고 했다라고 하는 것과 연상된다. 즉 일본이 전범국으로서 전쟁범죄의 죄과를 피하려고 하는 논리와 데이빗 어빙의 논리가 유사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우슈비츠의 가스실을 증명하는 굴뚝의 존재 여부로 홀로코스트의 존재 여부로 연상시키는 논리적 비약(No Holes, Ho Holocaust)은, 일본 정부가 '위안부'를 강제로 연행한 증거가 없기 때문에 '위안부'가 없다라는 일본의 한결같은 주장을 떠올리게 한다. 즉 일본 정부는 위안부 제도를 운영하지 않았으며, 그를 입증할 증거도 없다라는 것과 논리적 구조가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내내 데보라의 변호진들이 유지하는 감성과 이성은, 앞으로 우리가 과거사 문제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에 생각하게끔 한다. 이들 변호사들은 홀로코스트 문제에서 유태인 생존자들의 증언을 듣지 않았다. 그 것은 "양심이란 참 이상한 것이다. 가장 옳다고 느껴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라는 이유 때문이다. 다시말하면, 유태인 생존자들은 과거의 모든 것을 다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증언의 모순이 생기고 허점을 노출시킬 뿐이다라는 것이다. 그래서 철저한 논증에 의해 법리를 따져야지 감정에 의존해서는 결코 법리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변호사라 할지라도 피고 또는 증인을 심문하면서 어쩔 수 없는 감정선에 빠지기 마련인데, 그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기 스스로를 "부정"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스스로 감정을 노출하면 그 격정으로 인해 패배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자기 스스로를 부정함으로써, 뜨거운 가슴을 이성적으로 냉정하게 다스려야 이러한 역사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한다.
역사의 연구라는 것은 과거의 史像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밝혀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다양한 증거(사료)를 종횡하여 연결함으로써 인과관계를 밝히고 그것을 또 다른 사람에게 설득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서로 합리적으로 이해하고 합의하는 논리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역사가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한데, 결국 감정선에 이끌리지 말고 그 감정을 부정함으로써, 철저한 증거주의에 따라 이성적으로 논증할 때 만인이 합의할 수 있는 역사적 사상이 밝혀지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 처음에 생각했던 Denial의 의미는,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부정함으로서 감정을 숨기고 철저히 이성에 의존한 채 재판에 임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또한가지,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감상 후 데이빗 어빙을 검색해 봤다. 제일 먼저 나오는 것은 그의 Real History라는 웹사이트이다. 여기에서 "real"이라는 말이 눈에 띈다. 흔히 말하면 "진짜 역사"인 셈인데, 영화를 통해 아무리 그의 논거를 살펴봐도 "진짜"로 볼 만한 증거가 없다. 오히려 하나의 증거로 전체를 대입하는 논리적 비약만 있을 뿐이다.
역사에서 "진짜"와 "올바른"이라는 개념이 있을 수 있겠는가? 역사의 연구에서는 다수가 합리적으로 합의하고 공유한 인식의 역사만 있을뿐 "진짜" "올바른" 역사라는 개념은 없기 때문이다. 다수의 합의와 인식공유가 바뀐다면 역사적 사상도 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역시 다수의 합의와 인식공유를 이끌어낼 철저한 논증이 필요한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를 보면서 오늘 재야로 일컬어지는 상고사 전문가(?)가 생각났다. 그들은 경주마가 앞만 보면서 달릴 수 있도록 눈가리개를 한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로지 한분야만 집중해서 파다보면 생기는 오류가 잡다하게 많은데, 그러한 오류를 반증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눈가래개 때문인지 주변의 인과관계를 무시해 버린다. 또 그들은 본인이 논리적으로 비약시킨 학설을 항상 "Real" "진짜" "올바른" 역사라고 한다. 그렇다면 "진짜" "real" "올바른"이라는 말은 그들의 취약한 논리구조를 때우려는 수사에 불과할 뿐이다.
암튼 이 영화는 얼마전 야기되었던 박유하 교수의 송사 처럼, 왜 학문을 법정에서 이야기 하는 가라는 논쟁을 일으킬 수도 있다. 하지만 홀로코스트라는 전쟁범죄를 다르게 윤색하고 전범을 옹호하려는 주장은 아무리 학문적 영역의 범주 안에 있더라도, 그 사실을 밝혀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있다.
2017.4.28 HiSTOPiA™ : 주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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